힘찬도약! 살맛나는 으뜸해남

해남여행후기

해남이 좋은 이유

  • 작성자 장창영
  • 작성일 2022-11-29

가을 해는 짧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면 평온했던 들녘과 산의 얼굴은 바뀐다. 날선 추위가 시작되면 따스했던 온화함은 사라지고 옷깃을 여미게 하는 밤이 시작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햇살은 눈부시다.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햇살이 가을 산을 움켜쥐고 있다.
나는 너무 강렬한 햇빛을 피해 옆으로 눈을 돌린다. 남해와 해남은 같은 한자를 쓴다. 그러나 남해와 해남은 그 거리만큼이나 어감도 다르다. 마찰음 ‘ㅎ’으로 시작하는 흐름은 조금 더 날카롭고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대신에 비음인 ‘ㅁ’이 여운을 남겨주기 때문에 거센 느낌을 상쇄해준다. 덕분에 해남은 남해의 조급함과 다르게 긴 여운을 나누어 가졌다.
지금 시간대라면 바다로 가는 게 좋다. 이제 조금 있으면 바다는 해를 머금은 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녹우당에서 바다를 떠올리는 것은 부질없다. 녹우당을 끌어안고 있는 가을 햇살만 즐겨도 족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가을 햇볕만큼이나 녹우당까지 가는 길은 멀고 느리다. 중간에 다른 지역을 거쳐 오느라 길이 더뎌졌다.
이제 한 자릿수로 남은 목적지까지 사그라드는 가을 햇볕만큼이나 간절하게 나는 달려가고 있다. 여름철이라면 아직도 한참이나 해가 남아서 여유를 부려도 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 계절에서는 그런 여유는 사치에 불과하다. 한 자릿수로 줄어든 목적지 안내만이 나에게 위안을 준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나는 다시 강렬한 태양에 노출되었다. 마치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처럼 눈부신 눈발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산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해가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고산 윤선도 유적지가 4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거의 다 왔다는 표시이다.
나는 이곳에서 이틀을 묵을 생각이다. 최대한 많이 이곳을 누리는 게 내 가장 큰 목적이다. 고산 윤선도는 우리 고전 문학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해남에 있는 녹우당이 아닐지라도 보길도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고만고만한 작가와 문인들이 많았던 시대에 고산은 한 일가를 이룸으로써 오늘날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드디어 녹우당이 가까워진다. 고산 유물 전시원과 땅끝 순례문학관은 공사 때문에 휴관 중이다. 주차장에는 차 몇 대가 정차하고 있다. 나와 비슷한 순례객이거나 방문객일 것이다. 녹우당 앞을 지키고 있는 오백 살 먹은 은행나무에 눈길이 간다. 그 오랜 세월의 풍파 동안 이곳을 지키고 있었으니 부단한 세상사를 다 보았을 것이다.
지금 녹우당은 몸살을 앓고 있다. 오랜 세월 시간이 지나다 보니 비가 새고 낡아 보수 중이다. 하지만 녹우당 근처를 산책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곁을 거닐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편한해진다. 그 숲을 거닐다 보면 고산이 걸었던 그 길이 보일 수도 있다. 이제 당신이 고산과 만날 차례이다.

녹우당 돌담길
감나무 하늘을 꽉 쥐고 있다
넉넉한 품을 지닌 고택
이 길을 고산도 잠시 걸었겠다

가을이 낮게 깔리는 저녁이면
산책길에 돌아온 고산이
이른 저녁을 먹고
바람이 들려주는 나뭇잎 노래를 들으며

거문고 한 자락 어울려
오늘도 은행나무 가을을 떨구지만
서울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해서
마음으로만 달려간다

비자나무숲으로 난 길은 얕아서
하루종일 걸어보지만
서울로 가는 문은 끝내 열리지 않는
500년 묵은 그의 길
- 고산 윤선도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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