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간을 한국식 정원으로

  • 작성자 박종백
  • 작성일 2011-06-20
 

  계곡면 황죽리 주민들이 뒷간을 생태마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당찬 꿈을 꾸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 들을 때 다소 황당하기까지 했지만 최근에 180년 전통의 국제적인 꽃 축제인 첼시 플라워 쇼(Chelsea Flower Show)에서 황지혜씨의 ‘해우소’가 최고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하자 아이디어가 떠올라 마을을 찾았습니다.

 

 황죽리는 마을을 형성할 때 심었던 대나무가 무성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깊은 산골이라 농토가 적었기 때문에 살기 힘든 과거에는 모시를 심어서 생계를 유지하던 모동이라는 자연마을과 못이 있는 모수골 등이 있다죠.

 

 산세 수려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 흐르는 동네와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래식 화장실을 어떤 방법으로 특화하겠다는 건지 넌지시 물었습니다.

 관광객들에게 농촌의 향수를 자극하여 재래식 화장실을 체험하게 하고 지금처럼 배설물을 이용하여 퇴비로 사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청정지역의 이미지가 냄새로 말미암아 훼손될까봐 뒷간의 변신을 주장했습니다. 1급수 맑은 물과 등고선식 논, 웃점들 서쪽에 남아 있는 서기절터, 유리전에 있는 소끔샘 등의 향토색 짙은 마을 유물과 어울릴 수 있도록 재래식 화장실을 작은 한국식 정원으로 꾸미자고 했습니다.

 

 허리를 숙여야 겨우 들어갈 수 있고 깜깜하여 발 더듬질하여 앉을 자리를 잡아야만 했던 소박한 뒷간은 배설의 생리현상 보다는 비움의 철학이 담긴 해우소죠. 생태의 순환과 비움의 철학이 공존하는 공간을 가장 한국적인 요소들로 채우자는 겁니다.

 

 시집살이에 쉴 틈이 없었던 엄마들이 안심하고 쉴 수 있었던 유일한 장소인 뒷간을 진정으로 쉴 수 있는 정원으로 꾸민다면 특화된 마을로써 충분히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겁니다.



 화장실 지붕을 기와나 초가로 입히고, 화장실 주변을 마을의 상징인 대나무로 울타리를 칩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사라졌던 똥장군과 고풍스러운 맷돌이나 절구통을 놓고 야간에는 오래 전에 자취를 감췄던 석유 호롱불을 설치하며 빈 공간은 야생화를 식재하죠. 꽃이 없으면 토종 나무와 풀도 좋습니다. 텃밭을 연상시키는 야채를 가꾸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겠지요.  

 

 산촌이라 어둠이 빨리 찾아오기도 했지만 이미 달이 한참을 솟아있었습니다. 저녁 늦게 들녘에서 들어오는 산골 주민들의 가로등에 비친 주름진 얼굴이 오히려 자연스레 고와 보였습니다.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사는 황죽리가 자연 친화적인 생태마을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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